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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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 해외교류전
Bernard Faucon 베르나르 포콩
Bernard Faucon
2013년 11월 9일 – 2014년 2월 22일


ⓒ Bernard Faucon, 사랑의 방, 열 세 번째 사랑의 방_채색유리, Pigment Print, 198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고은사진미술관이 새롭게 시도하는 해외교류전은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으로부터 출발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포콩은 1970년대 말 메이킹 포토Making Photo, 미장센 포토Mise en Scène Photo 등으로 불리는 연출사진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형태의 왜곡되고 조작된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휴대가 간편한 카메라로 일상의 모습을 찍고, 휴대폰 카메라에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이미지를 바꾸어 타인과 공유한다. 이렇게 연출사진이라는 장르는 대중의 삶 속에도 은연 중에 스며들어 있으며,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하다. 이 시점에서 고은사진미술관이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기술적 진보가 사진의 정체성에 끼치는 영향이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현실의 흔적으로서의 사진이 환상과 환영의 세계와 맞부딪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 바로 베르나르 포콩이 있다.

포콩은 <마네킹 시절>, <여름캠프> 시리즈를 통해 유년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마네킹과 소년을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위치시키고, 마치 하나의 무대장치처럼 여러 도구들을 면밀하게 배치한다. 포콩이 만든 작고도 큰 세계에서 영원불멸의 아름다운 젊음에 대한 꿈이 실현된다. 포콩은 자신이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모조품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진이 현실을 드러낼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재현하고 싶은 사라진 과거와 꿈 그리고 환상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과 대상은 직접적으로 담아내기란 불가능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포착해야 한다는 강박을 포기하는 순간 사진적 재현은 가능해진다. 이는 사진의 한계이자 역설적으로 사진의 가능성이다.
포콩은 현실에 기반을 둔 환상적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객관적 세계의 반영으로서의 사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맥락화 한다. <시간의 가능한 변화> 시리즈에서 이 문제는 상실감을 토대로 구축되는데, 이 상실감은 생명을 향한 갈망과도 연결된다. 이 시리즈에서는 특히 마네킹이나 소년의 등장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빈 테이블에 남은 술잔,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 다양하게 연출된 불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 이러한 기호들은 텅 빈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간 후 사라져 버린 것들을 환기시켜주고, 하나의 시리즈에서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주인공이 떠나버린 무대처럼 비어 있으나 그 자체로 꽉 찬 순수한 공간을 보여주는 <방 시리즈>들은 포콩 특유의 색과 빛의 조화가 탁월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빛과 바닥 위로 타오르는 강렬한 불, 그리고 텅 빈 방에 남은 낙서와 꽃다발 같은 흔적들. 이 방의 주인공이자 포콩이 되찾고 싶어하는 유년의 기억은 거울에 비친 소년의 모습이나 바닥에 떠오른 소년의 이미지 그리고 벽에 그려진 옆모습, 커튼 뒤의 환영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포콩은 이 시리즈들을 통해 마치 꿈 속에서 존재하는 듯한 공간을 재현하는 사진의 능력, “시각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사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포콩이 “가장 찍고 싶어” 했으나 “찍을 수 없는 것, 사랑의 얼굴”은 <사랑의 방>, <겨울의 방>, <황금의 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초기의 작업들이 지나가 버린 시간을 완벽하게 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면, 이 시리즈들은 그 잃어버린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된다. 포콩이 사랑해서 붙잡아 두고 싶은 얼굴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의해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것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상적이고 환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사진의 본질과도 닮았다. 사진은 삶을 포착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사진의 본질은 대상이 “거기 있었음”(그러나 이제는 거기 없음)을, 다시 말해 부재를, 죽음을 증명할 뿐이기 때문이다.

흔히 인물과 풍경의 결합으로 이해되는 <우상과 희생> 시리즈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소년의 이미지와 붉은색 물감이 뿌려진 풍경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포콩은 이 붉은색이 상처를 드러내는 동시에 사진의 절망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흔적으로 사라진 것들의 현존을 말하려 했던 포콩은 빛에 노출된 소년들의 반신상과 붉은 피의 풍경을 대비시켜, 가시적인 것과 가상적인 것,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을 다 포함하는 이미지의 이중적 속성을 드러낸다.
<글쓰기> 시리즈와 사진 작업으로는 마지막 시리즈인 <이미지의 종말> 역시, 포콩이 마네킹이나 소년 혹은 불 이미지 등 몇 개의 기호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온 것과 동일한 연장선 상에 있다. 풍경과 소년의 피부 위에 써진 자필의 문장은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드러내거나 혹은 감춘다. 이렇게 지나간 아름다운 과거, 잡을 수 없는 시간, 현존의 이미지를 포착하고자 하는 포콩의 오랜 열망은 첫 시리즈에서부터 마지막 시리즈까지 일관되게 지속된다. 그가 끊임없이 찾고자 한 그 순간은 어찌 보면 실체가 없다. 실재의 반영이면서도 왜곡될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추구 그리고 그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야말로 포콩이 자신의 시리즈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콩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사진을 통해 보편화하면서, 사진이 하나의 사유대상임을 시적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보여주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이번 《Bernard Faucon 베르나르 포콩》전에서 포콩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구성하기보다 사진이 현대미술에 적극적으로 수용되면서 생겨난 혼란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혼란은 사진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와 관련된다. 사진의 기술적인 진보로 인해 사진 매체가 지닌 특성이나 본질이 점차 사라지고 있거나 모호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하나의 관점이 있고,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하여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제작, 보급 그리고 수용의 측면에서 주목하는 관점도 있다. 고전적인 사진미학은 현실의 기록과 리얼리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고, 사진의 리얼리티와 허구성에 대한 논쟁 또한 만만치 않게 전개되어 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포콩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는 사진에서 재현과 재현의 한계라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우리의 정서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현대사진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가 특정한 사진의 형식 또는 스타일에 의존하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일부 한국사진의 풍토를 반성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포콩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사진철학과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사진적 실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세계사진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사진의 지점을 확인하고 반성하며, 이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프레송 프린트 Fresson Print*방식의 빈티지 15점을 포함하여 위에 언급한 모든 시리즈의 작품 총 83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프레송 프린트와 디지털 프린트의 질감과 색감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포콩의 전체 사진의 맥락을 추적함으로써 포콩이 찾고 싶어하고, 포착하고 싶어했던 현존Présence의 순간과 우리가 꿈꾸는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간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한 포콩의 일관된 주제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이미정(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목탄지 프린트기법으로 프레송Fresson 가문의 장인 미셸 프레송Michel Fresson이 19세기 회화주의Pictorialism 사진에서 사용되었던 목탄Charbon 인화를 컬러로 프린트할 수 있도록 발명한 것이다. 오랜 시간과 공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해에 선정된 소수의 사진가만 프린트를 할 수 있다. 면밀한 검사와 수공으로 준비한 종이로 인화하여, 산뜻한 색과 망점을 남기는 입자가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전시작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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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콩, 여름캠프, 날아다니는 종이들, Pigment Print, 1978
ⓒ베르나르 포콩, 여름캠프, 날아다니는 종이들, Pigment Print, 1978
 
ⓒ베르나르 포콩, 시간의 가능한 변화, 최후의 만찬, Pigment Print, 1981
ⓒ베르나르 포콩, 시간의 가능한 변화, 최후의 만찬, Pigment Print, 1981
 
ⓒ베르나르 포콩, 사랑의 방, 열 아홉 번째 사랑의 방, Pigment Print, 1986
ⓒ베르나르 포콩, 사랑의 방, 열 아홉 번째 사랑의 방, Pigment Print, 1986
 
ⓒ베르나르 포콩, 겨울의 방, 겨울의 방, Pigment Print, 1986
ⓒ베르나르 포콩, 겨울의 방, 겨울의 방, Pigment Print, 1986
 
ⓒ베르나르 포콩, 우상과 희생, 압델라자크, Pigment Print, 1989
ⓒ베르나르 포콩,
우상과 희생, 압델라자크, Pigment Print, 1989
  ⓒ베르나르 포콩, 우상과 희생, 작은 나무, Pigment Print, 1990
ⓒ베르나르 포콩,
우상과 희생, 작은 나무, Pigment Print, 1990
 
ⓒ베르나르 포콩, 글쓰기, 아마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Pigment Print, 1992
ⓒ베르나르 포콩,
글쓰기, 아마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Pigment Print, 1992

 

 

 

 

ⓒ베르나르 포콩, 이미지의 종말, 끝, Pigment Print, 1994
ⓒ베르나르 포콩, 이미지의 종말, 끝, Pigment Print, 1994
 
   
작가소개

베르나르 포콩
1950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압트Apt 출생
     
학력    
1973   파리 소르본 대학 철학 석사
     
경력    
1966 - 1976   회화 작업
1976 - 1995   사진 작업
1977 - 2012   400회 이상의 개인전 개최
1989   그랑프리 내셔널 사진상 수상
1991   레오나르도 다 빈치상 수상
1995   사진 작업 중단
1997 - 2005   ≪내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날≫ 25개국 프로젝트
1999   La Peur du Voyage 여행의 두려움 출간
2000   La Plus Belle Route du Monde, 베르나르 포콩 & 앙토넹 포토스키, P.O.L, Paris
2001   『청춘 • 길』, 베르나르 포콩(사진), 앙토넹 포토스키(글),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04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심민화 옮김, 마음산책
2009   Été 2550 여름 2550 출간
2011 - 2013   대형 비디오 자서전 프로젝트 <길 The Road> 참여
조회 : 1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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