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ㆍContact Us ㆍ English
고은사진미술관 로고
| 미술관 소개 | 고은사진미술관 전시 | 아카데미 | 고은포토라이브러리 |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 | 미술관소식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기획전
NASA : COUNTDOWN TO INFINITY
2013년 11월 16일 – 2014년 1월 26일


ⓒ NASA, X-15(X-15), Digital Print, 60x80cm, 1966


NASA: Countdown to Infinity
 
이영준(전시기획자)

1961년, 미국 정부는 갑자기 바빠졌다. 그 해 5월25일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특별위원회에서 1960년대가 가기 전에 달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다. 케네디가 바빴던 이유는 그 해 4월12일 유리 가가린이 최초의 우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보스토크를 쏘아 올렸을 때 큰 충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유리 가가린의 우주비행으로 또 한 번의 충격을 받게 되고, 이제 더 이상 충격을 받으면 맞은 데 또 맞은 격이 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리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케네디의 발표는 가가린이 우주비행을 한 지 한 달 44일만에 이루어진 것이니, 미국이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알 수 있다. 같은 해 5월5일에 미국인 앨런 셰퍼드도 우주비행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저고도를 비행했을 뿐이고, 가가린의 성취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 1961년 4월에서 5월 사이는 우주경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바쁘게 움직인 달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로켓 기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기술이라는 점이 있었다. 그러니까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경쟁을 벌인 가장 큰 배경은 냉전상황이었다. 아폴로14호를 끝으로 더 이상 사람을 달에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NASA 책임자는 냉전상황에서 소련을 충분히 압도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달에 보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즉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한 것은 보스토크와 가가린에게서 받은 충격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1960년대가 다 가기 직전인 1969년 7월20일 아폴로11호의 달착륙선은 역사적인 달 착륙을 하게 된다. 그날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휴교했는데, 냉전경쟁의 일부로 달에 착륙한 날에 왜 한국의 학교들이 수업을 하지 말아야 했는지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학교 안 가서 좋았다. 당시 필자의 집 맞은편에는 역사학자 홍이섭 선생님께서 살고 계셨는데 안암동의 좁은 골목에 나오셔서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 난다. 그러나 필자도, 홍이섭 선생님도, 아폴로박사로 알려져 있고 아나운서 전계현과 결혼하여 유명해진 경희대학교의 조경철교수도 알 수 없었던 것은 인간이 달에 가서 대한민국의 우리들에게 어떤 이득이 오는가 하는 것이다. 닐 암스트롱이 가져온 월석의 일부가 남산 어린이회관에 전시되어 신기하게 보기는 했으나 그것이 38만 킬로미터 밖에서 온 돌이라는 사실 외에는 별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가장 결정적으로, 인간이 달에 가서 한 조사연구와 탐험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저 초강대국 미국이 하는 일이니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산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우주탐사는 너무나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돈과 인력이 많이 드는 일이고 모든 스케일이 초현실적으로 크거나 작아서 우리 같은 일반인으로서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한국도 2020년에는 달 탐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동기라는 것이 “미래부가 마련중인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안)도 한국형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이유로 우주탐사 자력개발 기반구축과 행성탐사 연구를 통한 미래 우주자원 획득 경쟁력 확보”라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기사) 우주탐사 자력개발 기반을 구축했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무엇을 개발할 건지 알려져 있지 않다. 무슨 자원을 획득하겠다는 것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제 지구를 황폐화해 놓은 인간이 우주 마저도 황폐화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 뿐이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정권이 끝나면 분명히 다른 이름으로 바뀌거나 폐지될 것이고, 그러면 이 계획의 실행은 장담 못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달에 가려는 이유나 미국이 1969년에 달에 간 거나 다 상징적이고 허구적인 것들이다. 무슨 담론의 전쟁을 보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주개발은 과학강국의 세 과시를 위한 것이다. 미국은 그렇게 하여 냉전시대 전세계의 패권을 쥐었다.  

한국의 경우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수는 없으니 작은 목표가 있다. 우주탐사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세 과시를 하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과학기술력을 인정하고, 그래서 수출이 더 잘 되고 따라서 우리의 자동차와 티비, 핸드폰과 선박이 잘 팔릴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개발이 결국은 수출증대를 위한 끄나풀인가? 우주개발 해서 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우주개발, 아니, 우주탐사는 먼 우주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지식에 대한 욕망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지구는 어디서 나왔고 우주의 끝은 어디며 나이는 얼마인가 하는 지식은 결국 지금 우리의 몸과 세계를 이루고 있는 이 물질들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된 것 아닌가?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먼 데까지 가야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아직 높은 산꼭대기도, 깊은 바다도 개발은 커녕 간신히 갈 수만 있는데도 말이다. 현실적으로 따지면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나 마리아나 해구의 비티아스해연 같은 곳에 탐사장비를 보내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그것에 사는 생물체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우주를 가보기는커녕 인간이 왜 우주에 가는지 이해하는 것 조차 먼 일인 것 같다. 우주는 너무나 크고 멀고 미스테리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우주를 생각할 때 가용한 지식의 소스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이다. 저 별은 얼마나 멀까. 태양의 몇 배나 밝은 별일까. 크기는 얼마나 될까. 저 조그만 별도 사실은 태양보다 엄청나게 큰 핵융합반응을 하며 빛을 내고 있겠지. 이런 상상은 어떤 논리적 추론이나 관측과 연관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감각적인 유희에 그치고 만다. 하늘에서 눈을 뗀 우리는 눈을 밑으로 향하여 지상의 번잡한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우주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의 소스는 NASA가 발표하는 데이터이다. NASA의 홈페지에는(www.nasa.gov) 1958년에 설립되어 65년간 수많은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NASA의 각종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수많은 사진들, 비디오, 오디오 파일들, 게다가 매뉴얼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 인간이 과연 달에 갔느냐 안 갔느냐 하는 한심한 논쟁은 NASA 홈페이지의 자료들을 열심히 봤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진을 통한 과학적인 지식의 소스는 상당부분은 감각적인 사실로 걸러져서 받아들여진다. 즉 우주를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사진이라는 감각적 데이터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들이 전해주는 사실들이 직접 눈으로 밤하늘의 별을 볼 때 보다 더 신비스럽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허블천체망원경이 찍어 보낸 사진들이나 토성탐사위성인 카시니 호이겐스가 찍어 보낸 토성의 테는 너무나 신비스러워서 과학적인 데이터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마도 우주는 우리가 사진이나 과학적 데이터 등의 표상을 통해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주만 그런게 아니다. 수 많은 발사장과 연구센터들을 미국 전역에 가지고 있는 NASA의 활동에 대해서도 우리는 극히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필자가 플로리다의 케이프 케나배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그 방대한 규모였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풍부한 대자연이었다. 플로리다라는 곳이 광대한 습지에 있고, 악어 등 각종 야생동물이 많은 곳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야생동물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면적이 567제곱 킬로미터인 케네디 우주센터는 정말로 넓은 곳이어서 견학을 신청하면 버스로 관광객을 센터 안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센터 안에도 무수한 야생동물들이 있다는 것이다. 센터 안의 습지에 악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나무 위에는 아주 큰 독수리집도 볼 수 있는데, 백 년 쯤 됐다고 하는 이 독수리 집은 안내원에 말에 따르면 그 크기가 킹사이즈 침대 정도 된다고 한다. 그들은 자연을 보존하면서 독수리집도 보존해 둔 것이었다.
우주센터 안에서도 발사대가 있는 지역은 또 철조망으로 격리되어 있는데, 철망의 윗부분은 바깥쪽을 향해 굽어져 있다. 즉 누군가 철망을 통해 발사대에 침입하는 것을 막게 되어 있는 것이다. 왜 그런 구조로 되어 있느냐는 어떤 관광객의 질문에 안내원은 악어가 가끔 철망을 기어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길에는 악어조심 표지판이 있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필자가 묵은 곳은 케네디 우주센터가 건너다 보이는 바닷가에 있는 모텔이었는데, 모텔 바로 옆은 바다였다. 여기에도 엄청나게 많은 야생동물이 있었다. 매나티라고 부르는, 흡사 바다코끼리 같이 생기고 아주 느리고 성질이 유순한 포유류동물은 도대체 사람을 무서워 할 줄을 모르고 바닷가에 서 있는 필자에게로 다가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떼지어 오는 것이었다. 그들의 등에는 배의 스크류에 긁힌 자국이 많이 나 있었는데, 그들은 그런 상처를 입으면서도 인간을 두려워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매나티뿐 아니라 이름을 알 수 없는 엄청 나게 많은 물고기떼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인간의 학대에 시달리지 않은 야생의 규모와 순진함에 놀랄 뿐이었다.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우주개발을 하는 곳에 이렇게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먼 우주를 꿈 꾸는 것은 대자연을 꿈 꾸는 것과 별개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케네디 우주센터가 그런 대자연 속에 있는 것은 단지 인간이 순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 우주센터를 만들 때 당시 책임자는 시험장의 로켓 엔진이 최고출력으로 올라갈 때 센터의 경계가 될 곳의 주민들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들에게 “앞으로 이렇게 엄청난 폭음이 계속 날 텐데 당신들은 여기서 계속 살겠느냐”고 묻자 주민들은 두 말 않고 이주계획에 동의했다고 한다. 우주개발이 일어나려면 땅의 개발과 보존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멀리 나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우주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론물리학에서는 우주에 끝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너머는 무엇일까? 설사 우주에 끝이 있다고 해도 우리들 인간이 가 닿을 수는 없을 테니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실제의 물리적인 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론의 문제인 것 같다. 보통 인식론에서는 무한을 가정해 놓고 개념을 전개하는데, 만약 우주에 무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이 있다면 인식론의 기본 전제부터 무너지기 때문이다. 끝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가는 길목을 딱 가로막고 있는 장벽 같은 것인데, 우주에 끝이 있다면 이 세상에 벌어지는 온갖 엄청나고 위대하고 다양한 일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인식론은 좁다란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잉어가 과연 몇 마리나 되느냐를 놓고 벌이는 쪼잔 한 게임에 지나지 않게 된다. 지금쯤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의 끝을 향해 영원히 비행하고 있을 파이오니어가 우주의 끝에 대한 답을 언젠가 알아낼지 모른다. 그런데 우주의 끝은 커녕 태양계를 벗어나기도 전에 파이오니어와 교신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73년 12월3일, 최초의 목성탐사선인 파이오니어가 2년여의 우주항해 끝에 목성에 13만 킬로미터까지 근접했을 때, 파이오니어가 지구로 보내는 전파의 출력은 8와트였다. 이 전파가 8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도달할 때 쯤이면 출력이 아주 미약해져서 1/100,000, 000,000,000,000와트 즉 1백경 분의 1와트로 줄어든다. NASA가 발행한 미션 리포트에 따르면 그것은 1천9백 년 동안 모으면 7.5와트짜리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구를 1천분의 1초 동안 켤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한다. 모두 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숫자들이다. 그렇게 미약한 전파를 잡아다 증폭해서 신호로 해석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은 전세계에 수 많은 안테나기지들을 운용하고 있으며, 여러 대의 안테나들이 수신한 전파신호들을 상호교차 비교하여 해독한다. 이런 사실들은 철저히 과학적이지만 너무나 초현실적이기 때문에 차라리 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1백경 분의 1와트라는 엄청나게 미약한 전파로부터 알아볼 수 있는 신호를 추출한다는 것은 현대과학의 일이라기보다는 흡사 마술이나 시인의 허무맹랑한 상상력의 소산인 것만 같다. 과학과 마술, 시는 어쩌면 저 높은 곳에서는 아주 사이 좋게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한대로의 카운트 다운은 아직 시작 안 했는지도 모른다.

조회 : 4,592  

 
 

   

   
logo
All Rights is Reserved.
facebook blog instagram twitter
BMW PHOTO SPACE ART SPACE